주례 서고 싶다
내가 느낀 세계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시인들도 결혼을 한다는 것
설마 영원한 사랑을 믿는 건 아닐 텐데
부서짐의 미학, 접붙인 나무의 생명력, 희망의 관찰,
그 결과 우린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시를 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얼마 전 여자친구가 내 글씨를 읽어내는 걸 보고
글씨를 더 흘려 쓰기로 했다
대충 말해야 듣는 사람들은 더 좋아하듯
알아보지 못하는 글씨를 들켜야 마음이 편하다
어쩌면 많은 시인들이
사랑하지 않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결혼하는 지도 모른다
들키지 않는 시를 쓰면 사랑 받으리
사랑을 팔면 또 시를 쓸 수 있겠지
내가 느낀 세계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시인들도 효도를 한다는 것
다투던 가족을 새삼 그리워하고
퇴고하듯 과거를 고치려 하는 것
철자 틀린 한참 된 사랑들을
어느 날 식은 사랑에 놀라거나 힘들어하지 마세요
식은 사랑도 먹다 보면 참 맛있습니다
내가 느낀 세계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이처럼
시인들이 왜 주례를 서지 않느냐는 것
결혼식장에서
왜 입을 열지 않느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