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서고 싶다

 

 

내가 느낀 세계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시인들도 결혼을 한다는 것

설마 영원한 사랑을 믿는 건 아닐 텐데

부서짐의 미학, 접붙인 나무의 생명력, 희망의 관찰,

그 결과 우린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시를 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얼마 전 여자친구가 내 글씨를 읽어내는 걸 보고

글씨를 더 흘려 쓰기로 했다

대충 말해야 듣는 사람들은 더 좋아하듯

알아보지 못하는 글씨를 들켜야 마음이 편하다

 

어쩌면 많은 시인들이

사랑하지 않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결혼하는 지도 모른다

들키지 않는 시를 쓰면 사랑 받으리

사랑을 팔면 또 시를 쓸 수 있겠지

 

내가 느낀 세계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시인들도 효도를 한다는 것

다투던 가족을 새삼 그리워하고

퇴고하듯 과거를 고치려 하는 것

철자 틀린 한참 된 사랑들을

 

어느 날 식은 사랑에 놀라거나 힘들어하지 마세요

식은 사랑도 먹다 보면 참 맛있습니다

내가 느낀 세계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

이처럼

시인들이 왜 주례를 서지 않느냐는 것

결혼식장에서

왜 입을 열지 않느냐는 것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놓다  (0) 2008.03.25
전깃줄  (0) 2008.03.25
형광 펜처럼  (0) 2008.03.10
할머니가 신호등을 건너는 법  (0) 2008.03.03
특허받은 가슴  (0) 2008.02.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