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

 

 

 

 

전깃줄을 보면 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발바닥이 비릿하다

 

명동 거리에 바닥에 네 하는 것처럼 엎드린 전선들

 

전선을 밟고 떡볶이며 호떡 오뎅을 주문하는 사람들

 

네 하는 소리와 함께 불 들어오고

 

허기는 채워진다

 

에반게리온* 또한 전기선을 짊어지고 다녔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느슨해지는 전기선

 

어디서 온 건지 약간은 주눅든 불빛

 

명동 한 가득 주름 잡던 것들이

 

사람들 발소리 멀어지면

 

쌀쌀한 바람 사이 스스로를 잡아 뽑는다

 

뽑힌 전기선 안에서 슬슬슬 기어 나오는 노점상인들

 

하루 일을 끝낸 전깃줄이 몸통을 말아 리어카에 오른다

 

비슷한 전기선들이 서로의 검은 머리를 기대고

 

하루 종일 전기 때문에 저린 다리를 오므렸다 펴고

 

 

 

* 전투병기인 에반게리온을 조종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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