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별빛 라디오
왜 어머니는 성실하게 살라 하셨을까
태초에 빛이 있으라 했던 것처럼
성실하라 하셨을까
성실하게 살다 지친 어느 날은
노상방뇨를 하고 취한 입술을 닦다
컨닝 페이퍼를 들추듯
물먹은 별들을 반짝* 본다
성실하게 30광년을 매일 달려온 별빛
저 좁쌀만한 것들이 암흑 물질*에 아랑곳 없이
성실하게 자신을 지키며
그래도 여전히 좁쌀인 자신을 인정하는 듯한
불빛을 낸다는 것에 속이 쓰리다
어쩌면 우린 성실한 것에 지친 것이 아니라
성실하지 못한 자신에 지쳐서
가까스로, 굳은 허리를 문지르며
바닥에 떨어진 별빛 몇 조각 줍는 건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하루도 쉬지 않고
30광년을 달려 도착한 곳이 나라는 인간의 발끝인
별빛 옆에 쪼그리고 앉아 오래 전
학교 철봉 아래 별가루를 모으던 날들을 떠올린다
자석 하나를 굴린 뒤 털어내면
말이 다 빠져나간 별가루들이
연료가 바닥난 주파수처럼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왜 우주는 구부정할까
오래 숨죽인 끝에 모퉁이를 돌아
마침내 그때 빛나기 위해서일까
취한 아저씨 하나가 담배에 불을 붙여 빙글 빙글
지구 밖으로 신호를 보낸다
아주 한참 만인 듯
불성실한 대답이
다시 구부러진 우주를 타고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l 정지용의 시 <유리창> 부분 인용
l 우주의 90% 이상을 이루고 있다는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