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향연, 2004(초판1쇄)
상상으로 글을 쓰는 자는
총살형을 각오하라.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 아직도 베이브 루스라고 생각하니?”
“1598년, 엘리자베스 1세의 의뢰를 받아 셰익스피어가 썼던 희곡을 아직도 『엠마누엘 부인』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내가 쓴 시를 주의 깊게 읽고, 계속해서 작가에게 팬레터를 보냈다.
‘만약 누군가가 나라면 나는 내가 아니겠죠.
하지만 내가 나라면 누구도 나는 아니겠죠.
누구도 내가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만약 내가 누군가라면 나는 아마도 나일 거예요.’
너무나 오랫동안 쓰라린 경험을 한 인간은 심성이 비뚤어져 버린다. 물론 심성이 비뚤어지지 않은 인간들도 있다. 아마도 그것은 머리가 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처럼.
S.B.는 내 와이셔츠를 입고 있다.
헐렁헐렁한 워킹셔츠다. 셔츠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물론 브래지어도. 내가 S.B.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브래지어를 벗길 때마다 어쩐지 나는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 들어서 브래지어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내가 시를 읽을 때, 느끼는 방식은 “야아, 끝내주는데”와 “에이, 별로인데”의 두 가지밖에 없다. 다른 것은, 없다.
사실, 시를 쓴다는 것은 병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병자가 시인이 될 수는 없다. 이 점이 대단히 까다롭다.
자신이 시라고 생각하는 것이 시다. 남들이 시라고 생각하더라도 자신이 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시인에게 자신은 최초의 타인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찝찝한 느낌이었다.
어째서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들고 싶은 광고 6 (0) | 2008.10.20 |
---|---|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 - 사이먼 싱 (0) | 2008.10.13 |
시안 2008년 가을 (0) | 2008.10.08 |
지식e 1 - EBS지식채널 (0) | 2008.10.06 |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0) | 2008.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