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2008(초판4쇄)
밤은 낮의 조건이다.
이봐, 삶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기차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단지 그 기차의 앞면밖엔 바라보지 못하는 거야,
한 가지 설명드리죠, 말씀하십시오, 결혼에 몇 사람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드리죠, 둘입니다, 남자와 여자, 아뇨, 결혼엔 세 사람이 존재해요, 여자와 남자와 그리고 내가 제삼자라고 부르는, 가장 중요한, 남자와 여자가 함께함으로써 존재하는 또 다른 한 사람,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 중 하나가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며 너무나 깊은 충격을 가져다주는데 그것은 다른 한 사람에게만이 아닌 두 사람, 즉 부부라는 이름의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들은, 그들의 삶에 대해서, 혹은 일반적인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겠지만 대화를 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항상 가장 중요한 부분은 듣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기 마련이다.
무섭긴, 난 저 어둠 속을 내 손바닥처럼 훤히 알고 있어, 넌 네 손바닥도 볼 줄 모르잖아,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날 무지한 채로 내버려둬, 새들도 노래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잖아,
인생이란 그림 같은 것이어서 비록 언젠가 그것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맛보기 위해 다가갈지라도 항상 서너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서 그것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삶이 영원하지 않은데, 죽음이 영원한 것이라는 따위의 생각들은, 그 결과는 자명한 것이었다,
수백만 개는 되겠군,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순간, 시신들을 세워서 묻는다면 엄청난 면적의 땅을 줄일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시신들을 잘 정렬시켜서, 마치 차렷자세로 서 있는 군인처럼 묻고, 그 머리 위에 수직으로 비석을 세운다면, 마치 등기소에 기록부를 보관하듯이, 그렇다면 훨씬 찾기도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은 신성한 겁니다, 이보게
천장은 신의 또 다른 눈과 같다고 언젠가 말해 주었을 텐데,
그녀를 사랑했나요, 그랬다고 생각해요, 그녀는요, 그를 사랑했습니까, 그랬어요, 그렇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요, 한 번도요, 그것 참 이상하군요, 삶이란 이상한 거요, 남자가 말했다.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당연히 결근을 하기엔 가장 부적절한 날이었다.
어떤 자살도 설명될 수 없다는 말씀이 옳은 것 같습니다, 정확한 설명은 불가능하죠, 모든 것이 마치, 단순히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간 것 같은 거죠, 혹은 들어간 것일 수도, 예, 혹은 들어간 것일 수도 있죠,
진정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를 알기 위해 많은 얘길 나눴지만, 그가 말하기를 결코 알 수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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