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고치는 노인

 

 

노인 하나

나무 밑에 앉아 그늘을 수선하고 있다

왜 노인들은 뭐든 다 고치려 할까

고칠 수 없는 늙음을 구부리고 앉아

나무 그늘을 수선하고 있다

달팽이 한 개, 은행 열매 한 알, 새에게서 훔친

똥 같은 것들로 흐릿한 부위에 약을 바른다

노인의 손은 약

스스로를 고치지 못하는 것들을

안쓰러워 쓰다듬는 약

찢어진 그늘이 노인의 손에 묻었다가

볕에 타 들어 간다

그늘을 다 고치면 검버섯 같은 밤이다

밤이 되면 집으로 간다

가끔은 무덤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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