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원 가기를 포기했을 때

 

 

7에서 8 사이

커튼 사이로 찔러 들어오는 3월에 생산된 햇살을 피하며

영어 학원을 가는 것

과 좀 더 자는 것 사이에 괴로워하는

동안

회사의 누군가가 상을 당했다

회사의 누군가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

컴퓨터 앞에 앉아 거북이처럼 기어들어오는

알람 메일을 통해 알았다

거북이가 알을 낳듯이

경영지원국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얼굴도 모르는 회사 누군가의 부고를

뽕 뽕 부화시켰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마침내 일어나 학원에 나갔더라면

그 누군가가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학원 빠지지 말고 꼭 가자

그게 다들

죽을 정도로 힘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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