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CM촬영이 있었다.

촬영이 끝나갈 즈음 감독님이 매우 사랑하는

그리고 구하기 힘든 영화 한 편을 USB에 담아 주시겠다는 말을 하셨다.

굉장히 설레고 기분 좋아야 할 그 순간에

나는 전혀 어떤 기대감도 느낄 수 없었다.

영화, 아 영화.

보고 싶고 또 보려고 생각해둔 영화들이 한 가득이다.

다시 보려고 계획해둔 영화들도

Yes24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DVD들도

머릿속에 달그락달그락거린다.

다만 볼 시간이 없다는 것.

그래서 영화 한 편을 선물 받아도 기쁘기보다

부담스럽다는 것.

누군가 날 설레게 해주고 싶다면

USB에 시간을 담아 선물해다오.

몇 테라급의

광활하다는 말이 코흘리개의 세발 자전거로 느껴질 정도의

막막한 용량의 시간을 담아 선물해다오.

하루하루 한달한달 나의 시간은

좁쌀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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