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11 여행
여행은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맞지 않다.
여행은 어디로 가는 것도,
무엇을 완성하거나 이룩하는 것도 아니며,
언제나 아쉬운 상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여행에 있어서는 ‘어디를 갔다’는 것보다도
‘움직이고 있음’, ‘여행 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여행의 무엇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기란 애매하다.
분명하고 명확할 때 우린 설명에 용이함을 느낀다.
아마도
설명되어진 것들, 납득되어진 것들 속에서의 정해진 삶에서 벗어나
그 약속 자체가 합당하고 지켜갈 만한 것인지를
조망하게 한다는 것 정도가
가장 끄집어내어 말하기 쉬운 여행의 좋은 점이 돌 것이다.
그러나 여행을 몇 번이고 하다 보면
그것이 만족스런 답이 아님을 곧 깨닫게 된다.
차라리 ‘여행’ 자체가 삶의 원형에 가깝고
여행과 구별되도록 조직화된 이 현실이 삶과 멀게 느껴진다.
현실도 여행도 결국은 모두 여행인데
여행을 하지 않으면 마치 그 둘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고
이내 ‘다르다’는 합의된 속에서 살아가고 있게 된다.
지구 자체가 일종의 여행을 통해 존재하는데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도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인식하기 어렵다.
여행은 일종의 각성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는데,
삶 자체를 ‘보다 나아지기 위한 의지’로 보는 이들이라면
(그런 면에서)
여행 중에 비로소 더 제대로 삶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