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5 – 천적

 

 

 

 

85일 목요일

 

 

여우의 천적이 뭘가?

그러니까 여자를 잡는 천적이 아니라

여우에게 잡히는 천적.

쥐일까? 소나 말? 포도?

아무튼 그게 뭔지 안다면

내가 뭔지도 알 수 있을 거야.

난 언제나 여우 같은 여자에게

헤어나오질 못하니까.

순식간에 때로는 몇 초만에 깊이 빠져들지.

해발 3천미터의 고산지역 SAPA까지는 차로

꼬박 한 시간을 넘게 달려와야 하는데

여우 같은 여자에게는 그보다 더 깊이 빠지는데

불과 몇 분, 몇 초면 충분하니까.

마치 워프(공간이동)를 하듯.

그리고 나면 내가 사는 세상은 이전과 다른

세상이 되어있지. 그 여자로 인해 의미가 생겨나고

피고 돌고 관계들이 타당해지거나,

쓰라린 멘틀 위의 도시가 되는.

 

때때로 교수형을 당하는 죄수는

사정을 하게 된다지. 여우에게 목을

켁 물리면 고꾸라지며 울음소리며 거친 호흡에 휩싸여

죽어가는 토끼도 사정 할지 몰라.

그런 DNA

숨막히는 사랑도 있을 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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