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5 – 천적
8월 5일 목요일
여우의 천적이 뭘가?
그러니까 여자를 잡는 천적이 아니라
여우에게 잡히는 천적.
쥐일까? 소나 말? 포도?
아무튼 그게 뭔지 안다면
내가 뭔지도 알 수 있을 거야.
난 언제나 여우 같은 여자에게
헤어나오질 못하니까.
순식간에 때로는 몇 초만에 깊이 빠져들지.
해발 3천미터의 고산지역 SAPA까지는 차로
꼬박 한 시간을 넘게 달려와야 하는데
여우 같은 여자에게는 그보다 더 깊이 빠지는데
불과 몇 분, 몇 초면 충분하니까.
마치 워프(공간이동)를 하듯.
그리고 나면 내가 사는 세상은 이전과 다른
세상이 되어있지. 그 여자로 인해 의미가 생겨나고
피고 돌고 관계들이 타당해지거나,
쓰라린 멘틀 위의 도시가 되는.
때때로 교수형을 당하는 죄수는
사정을 하게 된다지. 여우에게 목을
켁 물리면 고꾸라지며 울음소리며 거친 호흡에 휩싸여
죽어가는 토끼도 사정 할지 몰라.
그런 DNA적
숨막히는 사랑도 있을 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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