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6 – 파스타치오

 

 

 

 

85일 목요일

 

 

밤새도록 파스타치오를 까고

손톱이 까지는 꿈을 꾸었다

파스타치오들이 손끝과 손톱을 잡고

툭툭 벌려 뜯어내자 손톱 밑에서

내장이 끌려나오고 시럽이 줄줄 떨어졌다

하노이 시는 밤새 손톱 없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달리고 차선이 다 뽑혀나간

도로는 자기 나라의 말을 잃어버린

입양아처럼 민무늬가 되었다.

오토바이는 알아서 사람을 피해가고

차선 없는 도로를 건너는 동안의 잠시 동안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돈벌궁리를 하곤 했다

 

쉽게 사랑에 빠져 내 열 손톱 모두 모아

그녀에게 주고 싶었으나 한 편으론

열 사람 정도로 분신술을 써서

집단으로 강간하고 싶기도 했다

 

애초에 편의점에서 온 파스타치오들이 그랬다

인신매매 당해 섬으로 팔려가버린 어린애들처럼

비닐팩 진공에 묶여 뒤돌아있었다.

그 뒤돌아있음을 벗겨내며

손톱은 킬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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