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53 – 철길

 

 

 

 

87일 토요일

 

 

여행을 다니는 건 마음에 철길을 놓는 것이다.

마음의 면적을 확인하며

보지 못했던 상상하지 못했던

마음의 오지와 소홀했던 지역을 방문하며

마음을 따라 갖가지 풍경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좋은 것만이 아닌 흉한 것만이 아닌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지나게 하는 것이다.

비와 산꼭대기 마을과

싸움과 아이와 웃음과 걸음걸이와 걷지 못하는 이와

호수와 밭과 레스토랑과 지푸래기와

전쟁과 상처와 죽은 이들과

시체가 떠내려간 물로 밥을 짓는 사람들.

우리가 전쟁을 좋아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걸로 마음이 꽉 차서 다른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다른 것들을, 다른 삶들을, 다른 형태를, 다른 가능성을

다른 존재를 모두 마음에 넣어야 한다.

굳이 어떤 행동을 추구하거나 명령할 필요는 없다.

마음에 그 모든 게 함께 있다면

행동은 현명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배가 떠다니는 사람은 그 배를

지켜주고 싶은 법이다.

여행은 노는 게 아니다.

여행은 쇼핑하는 게 아니다.

마음에 정박해놓은 배들을 바다로 띄우고

철길에 풍경과 생각들이 떠돌아다니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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