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전 몇 명의 대통령을 겪으며, 또 역사 속 몇 대통령을 읽으며

유일하게 사랑한 대통령은 노무현이다.

 

난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여자친구는 노무현 집권 시기에 집값이 너무 올랐다며

그는 실패한 대통령이라하지만 내 기억은 이렇다.

 

그는 유일하게 정치인을 좋아해도 되는구나,를 알게 해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정치인일 수 있나,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가 이룬 업적이 무엇인지는 명쾌하게 모르겠지만,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좋았다.

평소 사용하는 언어, 토론장에서 사용하는 언어, 발표장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가 나의 대통령인 게 좋았다.

 

그래서 그의 언어 속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를 분석하고 싶진 않다.

 

다만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해칠 것 같지 않고.

정말 필요한 때 아니면 가급적 정직하려 할 것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

담백했고, 지역감정을 이용하지 않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성공과 타인의 고통이 반작용일 때 자신의 성공을 양보 할 것처럼 보였고

돈에 환장한 나라에서 정말 드물게도 '돈'을 좇지 않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나의 한계에 대해 알게 해준 사람이었다.

저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면 나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고 내가 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는 사람이었다.

저렇게 될 수 없는 사람이어서 고마웠다.

그러니 보통의 정치인들의 눈에 그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공동의 욕망을 거래하고 내뱉는 언어와 속셈의 다름이 '기술'인 판에서

부끄러움이 뭔지 오래전에 잊어버린 사람들 속에서 그는 약간 반칙 같은 사람이었다.

 

이 작은 나라에 기적이 여러 번 있었다.

기어코 독립을 쟁취하려던 이들의 기적이었고

박정희 시대의 성장, 잔인하긴 해도 기적이었고

독재에 맞서 엘리트를 비롯 모두가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대 또한 기적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의 시대는 '낭만'과 '사람'이라는 자기장에 드물게 모두가 끌려들었던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낭만'과 '사람'이란 가치는 종말했고

성공, 돈, 경쟁의 헬조선만 남았다. 

 

시대는 그를 지키지 못했고, 그와 닮으려 하던 우리를 포기했다.

 

"돈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점점점 점점점)" 에 아슬아슬 걸쳐있던 시대에서

돈과 성공만 좋아로 기울어졌고 다시 돌아갈 방법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정말 있었던 시대일까.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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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누군가는 가족 혹은 가족 중 특정 인물에 대해 쓴다.

나는 가족에 대해 쓰고 싶지 않을 뿐더러 평소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족.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 쓴다.

나는 그것에 대해 냉소적인데 그렇다고 남들의 사랑에 대해 비판하고 싶진 않다.

 

누군가는 정치, 경제, 혹은 윤리나 도덕, 정의에 대해 쓴다.

나는 그에 대해 특정 가치관이 없다. 남다른 식견도 없다.

 

과거에 나는 분노에 대해 썼고, 아픔에 대해 썼고, 불공평에 대해 썼다.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게 가진 자산이 그것뿐이었다.

 

이젠 덜 아프고, 덜 화나고, 덜 불공평한 삶을 산다.

 

그럼 난 대체 무엇에 대해 쓸 수 있는가.

아름다움.

 

원하건 원치 않건 내가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소재는 '어떤 순간'의 아름다움이다.

남들지 발견 하지 못하는 아름다움.

남들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아름다움.

 

챗 지피티와 스마트폰 보다 내가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잠시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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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문학동네, 2024(1판 6쇄)

 

 

 

 

 채운이 기억하기로 아버지는 구태의연한 말을 의기양양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삶에서 진부한 교훈을 추출해 남들에게 설파하기를 즐기는 사람. 그러나 본인은 그 교훈대로 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남들 다 보는 데서 자신에게 실컷 욕을 퍼부은 뒤 “아, 미안. 내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라고 으스댈 것 같았다. 아버지는 자신이 빈말 못하고 솔직하다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실은 그게 어떤 무능을 뜻하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피는 한 사람에 대해 혹은 그 가계에 대해 무얼 얼마만큼 말해주나?’

 

 

 

 지우가 이해하기로 지우개는 뭔가를 없앨 뿐 아니라 ‘있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누구든 신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서는 신의 얼굴을 조금 지워야 했다.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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