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들어 누군가를 쏘고 싶다는 욕망은 무언가를 단순화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닐까 싶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함으로써 뭔지 모를 복잡한 이야기들, 몹시 짜증 나는 서사들을 종료하거나

나로부터 비껴가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얻을 수 없다면 원래부터 ‘누구에게나 없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원초적 상상.

세계를 창조하는 전능자로서의 희열.

 

태초부터 우리가 신만큼이나 일찌감치 악마를 창조해낸 이유도 어쩌면

단순함에 대한 열망에 있을 지도 모른다.

신과 정의는 복잡하고 까다롭고 수백 권의 책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반면

악마란 얼마나 단순한가. 

그냥 죽이면 되고, 그냥 삭제하면 되고, 그냥 욕망하면 되고.

 

총의 본질과 악의 본질은 어쩌면 단순함을 향한 욕망에 있을지도 모른다.

총을 쏘는 상징적인 포즈가 손이나 복부, 심장이 아닌 ‘머리’를 향하는 이유 또한 

그래서가 아닐까.

복잡함과 구불구불함과 속을 알 수 없이 꼬인 체계들을 향한 심플한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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