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신이 생겨난 이래 최초로 신이 실패한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신 돈과 성공이라는 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고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스로(일까?) 그 올가미에 자신의 모가지를 집어넣게 된다

(글쎄 양 떼 사이 끼어, 양떼 안개, 양떼 구름, 양 떼 1200차선 중앙 어딘가에서 양떼 내비게이션 단일 기종의 안내만으로 삶을 운전해야 하는 것도 ‘스스로’에 포함된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른 나라에서 압도적으로 가족을

그리고 순차적으로 직업, 친구 등을 꼽은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압도적으로 돈을 꼽았는데 그건 가족이 돈보다 덜 중요해서가 아닐 것이다.

돈이 있어야 가족을 챙기고, 돈이 있어야 회사도 웃으며 다닐 수 있다는 인과에 따라

돈이 가장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만 돈이 있어야 가족이 화목하거나 존재 가능하므로

‘제일 중요한 것 앞에 돈이 놓이는 사고’를 가져야 진정한 K양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양의 길(혹은 신의 길)에서 날 때부터 이탈당하는 소년소녀.

양의 길로 향하는 학업의 길에서 이탈하는 청소년.

직장과 채용에서 이탈하는 청년.

그리고 직장에서 튕겨나가는 중장년들은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떨어진 그곳의 생소함이 춥고 외롭고 불행하며 삶의 의지를 빼앗긴다.

한편 양 떼 속의 양들 또한 언제 그 무리에서 벗어날지 몰라 불안하다.

그렇다면 질문, 이 양의 안과 밖 어디에 행복이 있나요?

그동안 사람은 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무한한 무응답을 기다려왔고

이제 보다 신선하고 강력한 신, 돈과 성공으로 신을 교체했다.

이 신의 명쾌한 점은 가끔씩 내 통장으로 강림한다는 것.

그 힘을 현현하신다는 것.

그리고 명쾌하게 그 힘을 나로부터 회수해 가신다는 것.

그리고 그 힘에 대한 복음과 겁박과 전도가 매일 수많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뇌 속으로 파고든다는 것.

행복이란 원래 정의하기 나름이기에, 이 돈과 함께함이 너희의 행복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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