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세상엔 멋진 옷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을까.

세상엔 멋진 옷들이 진짜 정말 너무나 많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을까.

그 이유는 아무리 멋진 옷을 입어도 모델처럼 멋있어지지 않는 나를

저 많은 근사한 옷들 중 한 벌이 구원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

멋진 옷 a로 실패했으니 우리에겐 b라는 옵션이 있어야 한다

멋진 옷 b로도 크게 변신하지 않는 내가 있으니 우리에겐 끝없이 많은 다른 옵션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멋진 옷들이 그렇게 많은데 더 멋진 옷들이 나오는 이유는

그 옷들로부터 ‘마법’을 원하는 머글들의 바램 때문이다.

내가 그냥 옷을 원했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패션앱을 들어가진 않았을 테다.

올 겨울에만 패딩 두 벌과 니트 세 벌 그리고 바지 두 벌을 사고서

카드값에 한숨 쉬며 또 패션앱을 들여다보진 않을 거다.

새로 산 옷을 입은 나를 보면 될 걸, 모델이 입은 카탈로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나는 거울 속 내가 아닌 카탈로그 속 그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거울 속 내가 아닌 카탈로그 속 그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내 행복과 만족의 선과 못을 거기에 긋거나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기준을 내가 만든 건지 남이 만든 건지

남들이 내 동의를 구하긴 한 건지 내가 인지를 하고 있기는 한 건지는 모르겠다.

현실 속에서 마법을 찾는 다는 게 우리의 불행의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한 편 단 하나의 마법이 이미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의 이름은 정신마법, 혹은 병신마법.

새로 산 일곱 벌의 옷을 의식적으로 누리는 시간 보다,

갖지 못한 옷들을 안달하며 써칭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치 그 어떤 멋진 옷을 마침내 발견하면 나라는 존재가 내가 아니게 될 것처럼.

우린 이미 이상한 주술에 걸려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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