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성
자꾸 책을 건성으로 읽게 된다.
사놓은 책이 7권.
정기구독중인 책도 아직 못 봤고
Yes24카트에도 11권의 책이 있다.
봐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없고.
자꾸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건성으로 넘기며
마치 어쨌거나 이 책들을 다 따라잡으면
보고싶은 책들을 구입하는 속도에
읽어나가는 속도가 동일하게
맞춰지게 되면 뭔가 이룰 것 같은
착각이 한 여름 신기루처럼 얼쩡거린다.
동네 애기를 혼내는 엄마들 목소리에도
짜증이 치솟는다. 머릿속에 쓰레기 봉투를
찢고 뒤지는 도둑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린다.
시간에 주눅들지 말아야 한다.
시간에 주눅들지 않아야 한다.
페이지엔 의미가 없다.
페이지만 붙잡아 업어 치지 말고
한 글자씩 단어들을 밟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