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떨기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면 삐걱이는 소리가 난다.

헤엄이라도 치듯이

개구리처럼 발을 떨어대는데

어디선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게 내가 떨어서 나는 소리 같지가 않고

그저 난 다리를 떨고 있을 뿐

멀리서 파도가 치는 것처럼 소리를 받아들인다.

내가 바다에 앉아 다리를 떨기 때문에

파도소리가 들리는 건 아닌 것처럼,

내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기 때문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다리를 떤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누가 그만 좀 하라고 말할 때

비로소 이 소리는 멈춘다.

그러므로 이 삐걱거림은 내가 다리를 떨어서가 아니라

그 누군가가 그만 좀 하라고 하지 않아서 난다.

 

어쩌면 바로 이런 사고 과정을 통해 나라들은

전쟁을 하고 이스라엘은 천벌 받을 짓들을 하며

발을 떨어대는지 모른다.

이제 그만 좀 해라고 누가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자기들의 다리 떨기는 원인이 아니라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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