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을 꾸었다.
꿈속 화질이 너무 선명했다.
어느 순간부터 꿈의 질감이 달라져있었다.
예전의 꿈이 좀 더 투박한 캔버스나 파렛트 같은 느낌이었다면
요즘의 꿈속 화질은 HD에 가깝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그림 질감이 다른 것처럼
브라운관 TV와 LEC, HD TV방송이 다른 것처럼,
내가 접하고 보는 것들이 달라지면서
꿈속의 화질도 조금씩 달라져온 것 같다.
어릴 적 한참 만화영화를 본 날은 꿈속에 그 만화 속 인물들과
성우들 목소리까지 따라 들어왔다.
엄마 몰래 내 방 창문을 열고 피터팬이 들어오는 것처럼,
알게 모르게 꿈속으로 찾아오는 것들은 다분히 현실과 조금은 특별했던 일상으로부터 일 것이다.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주하는 것들이 컴퓨터, 모바일 기기, 텔레비전.
하루 중 마주보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인터넷 속, 영화 속, 드라마 속 인물들인 요즘
현실의 선명함이 꿈속까지 선명하게 바꾸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보통, 현실과 일상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자기의 꿈까지 간섭 당하는 건 싫지 않은가?
의도적인 간섭이 아닐지라도
내 꿈속 화질이 HD로 변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종이 벽을 붙잡고
팔렛트를 뭉개듯 거칠게, 그런 내 생각을 써본다.
쓰는 도중 내 무의식도 변화하여
다시 내 예전 질감의 꿈영상을 방영해주기를.
꿈속까지 너무
현실에 간섭되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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