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너를 생각하며 밤새 뒤척이는 동안

누군가의 아버지가 맞아 죽었다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기어코 무언가를 닦아내려 한 건

깊은 밤 몇 시쯤이었을까

몇 시라도 다 먹어치울 것처럼

잔뜩 주름진 똥구멍을 닦으며

분침 몇 개 초침 몇 개

보이지 않는 내 수명의 수면 어딘가

짤깍거리는 소리

누군가의 되지 못한 득음 같았던

지난 밤 이 몸뚱아리가

물고늘어졌던 이부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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