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빛의 사생아입니다

 

 

 

빛이 나를 낳고 빛으로 돌아갔습니다

빛이 간 뒤에 선인장은 바늘을 꺼내 혀에 꽂습디다

빛 너머 니 아비가 있다며 어미는

멀어버린 눈으로 지구를 심곤 했습니다

저 언덕배기 그늘에 누가

까사미아 책상을 버리는 소리가 들릴 때

서랍 속에 부스럭거리던 말소리가

다리 하나 없는 책상의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난 너희 따위와 어울리지 않아 였던가

도끼가 번쩍 하늘을 쪼개었습니다

나는 빛이 낳아 벌레들이 나를 좋아합니다

매일 아침 몸과 마음이 찌그러진 채

깜빡거리며 지하철에서 나올 때면

죽었는데도 죽지 않는 끈적한 벌레들을

한참을 털고 난 뒤

빛의 주름을 대강 눌러 펴고

피부 속 안티 에이징 라이트닝!!! 주문을 외며

회사로 들어갑니다

때론 빛 한 줌 종이팩에 담아 밀봉한 뒤

(밀봉된 빛은 불안에 떨다 서서히 발효가 되죠)

친구 두엇에게 선물하고는 합니다

친구들은 야구장에 가서 빛을 들이키고 코로 욕을 하더니

치어리더 다리 사이로 빈 팩을 집어던지며

빛을 더 달라 갈구하며 난리를 치더군요

벌레들

이게 다 내가 못난 사생아인 때문이겠지요

가끔씩 공터에 빛들끼리 모여

누가 더 사생아인지 논의를 해봅니다

어머니의 할머니, 할머니의 증조할아버지까지 짚어가며

서로의 빛에 손잡고 서로의 빛 속을 갈퀴질 해보는 거지요

이런 것도 하다보면 뭐랄까 섹스처럼

흥분되는 일이랍니다

어쨌거나 남의 빛 속을 할퀴다 보면

내가 더 빛나는 거 같고 그러잖습니까

결국 더 사생아로 판정난 빛들이

그네 하나씩 꿰차고 삐꺽 삐꺽

저기 흔들리는 것 좀 보세요

빛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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