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사월 마치 

 

 

 

책 들고 침대 누우면

침대는 옷 벗고

어느새 나에 눕는다

귀밑머리 아찔 잡고 당겨

침대발로 짓누른다

아득해지면 언제나 그 꿈

마른 자리 비비고 앉아

엄마가 챙겨올 찐빵을 기다리느라

동그랗게 익어가는 마을 풍경

책은 뽕 맞은 것처럼 비실비실 찢어진 달이 되고

침대 스프링이 몸을 뚫고 지나

지그덕 지그덕 갈비뼈의 궁을 연주한다

한자 한자 나를 밖으로 밀어내고

침대와 의식意識이 뒤바뀌는 의식儀式

건너편 원룸 사는 아이가

떼 쓰다 매맞는 소리 들린다

책을 들고 침대에 누우면

나는 평생

책을 읽을 수 없다

엄마가 언덕을 들고

침대가 나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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