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를 구성하는 있으나마나한 사람들 중 일인답게
존재감 있는 이들의 행적을 연구하다 알게 된 사실.
어쩌면 박웅현이란 사람은 광고를 잘 만드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듣고싶어하는 걸 정말 잘 말하는 사람에 가깝다.
반면, 상대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걸 말하는 데 쾌감을 느끼는 종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 사람들이 좋아하는 완득이란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지만..
이 완성도 낮고 군데군데 오그라드는 장면들로 인해 몰입이 어려운 영화를
어떻게 사람들은 좋아할 수 있지? 정답!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이겨나가는
어린 청춘과 알고보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환상을 주는 스토리 라인.
다문화 가정이란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분류는 오락영화다. 무한도전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하는...)
자 그렇다면 나와 나의 브랜드는 어떻게 이 시대
왕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환심을 살 수 있을 건가.
혹은, 환심을 사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건가.
굳이 들쑤시기 싫어하는 부분, 치부, 나와 주변의 모습들을
찔러보는 건 분명 소수의 사람들에겐 열렬한 환호를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그걸 광고로 할 수 있을까라는 것,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만한 클라이언트가 존재하느냐라는 것...
태초부터 광고와 상품은 환타지였다.
넌 더 멋진 사람이 될 거야.
넌 더 멋진 인생을 누릴 거야. 라는 거대하고 치밀한 사기극.
그리고 진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은 광고를 안 본다.
적어도 정말 자신의 삶에 온전히 시간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은
TV등을 볼 시간이 없거나
TV등이 주는 재미정도로 위로 받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다.
광고를 보는 대다수는 시간이 남고, 그 남는 시간을 TV나 인터넷 서핑,
가십으로 채워야 겨우 공허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보면 한없이 불쌍하고(그들의 비위를 맞춰 살아남고자하는 나를 포함)
왜 인간세계가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불완전한 곳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데이터들.
약 16년간 거의 매년 수학능력 시험 전후로 자살하는 아이가 나오고
그 문제를 거의 매년 지적하고 문제화하면서도
그렇게 16년을 튼튼하게 수학능력 시험이라는 기준을 공고화하는 사람들에게-
그래 힘내라고
넌 실패한 게 아니라고
다음엔 더 잘할 거라고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는 거라고 말하는
어른들과 기업들과 제품들과 서비스들과 광고들...
현실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지금의 현실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보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거라는 것 정도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쉽게 적응이 되진 않는다.
염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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