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1일

일기

 

 

 

 

이건 직감인데, 애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건 틀린 것 같다.

애들은 자라다가 어느 순간 어른인 무엇과 교체가 되고, 이 자라던 애들은 현재 세계에서 감지하기 힘든 다른 세계에서 다른 무엇으로 변해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른 원국이로 불린다면 이 어른 원국이는 어린 원국이가 자라서 된 원국이가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 누구도 모르게 어른인 원국이로 교체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두꺼비 집의 퓨즈를 갈아끼우듯이 말이다.

 

여전히 형광등은 잘 들어오고 별빛은 어둡고 개똥은 지저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 휴즈가 바뀌었다는 것.

 

그러므로 조금씩 자라던 원국이 휴즈는 여전히 불 들어오고 전기가 통하는 원국이를 남겨놓고 다른 어느 곳으로 옮겨져서 다른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애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봤을 때 말이 되지 않는다.

 

일단 어느 순간, 몇년도 몇월 몇일 몇시 몇분부로 어른이 된다는 경계의 불확실성부터 시작해서,

애들과 어른은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러므로 만약 어른인 누군가가 정말 어린 시절의 그 누군가라면 어른처럼 보이는 어린 누구이거나,

어린이로 보였던 예전부터 어른이었을 누군가여야 하지 않을까.

 

어제, 철가루가 씹히는 질감의 꿈을 꾸었다.

꿈 공장이 경기가 어렵다보니 설탕 대신 자꾸만 길가에 모레며 먼지를 쓸어다 붓고 있다.

그나마 부드럽거나 고운 모레도 바닥이 나고 이제는 모레라고 부르기 힘든 정도의 알갱이들을 쏟아붓는다.

 

내 생각에 꿈 공장에서는 사람의 입구멍에다가 파이프를 연결해서 꿈 재료나 가공재를 쏟아붓는 것 같다. 그러므로 꿈 공장의 이미지는 천장에 굵직한 파이프라인이 있고 이것이 수 백 개 이상의 파이프가 달려서 수직으로 바닥을 향해 줄줄이 튀어나와 있고 그곳에 백열전구를 매달아 놓은 것 마냥 사람들이 입구멍이 틀어막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자고 나면 목구멍이 아프다.

어디 대출이라도 받아서, 민간단체 지원이라도 받아서, 꿈 성질에 설탕이나 꿀물 같은 걸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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