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문장에서 받침을 다 뽑아버리고 싶은 날들이 있다

의자 다리를 다 뽑아놓고 싶을 때처럼

받침이 있어도 어디 제 자리 하나

놓이지도 못하고

고정되지도 못하는 글자들과

한판 대판 못나게 싸우고

의자가 부숴지도록 얻어맞고 싶을 때가 있다

이응에 실컷 구멍을 뚫고

디귿 기역은 다 휘어버리고

그 휜 받침들로 남의 집 창틀을 다 두들겨

잠을 깨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러다 받침 부스러기가 바람에 날려

눈에 들어가면

받침 없는 눈물을 흘리겠지

받침 없는 울음을 울 수도 있겠지

어디 거기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없어도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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