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에어컨 바람에 블라인드가 흔들린다.

Feist의 노래에 풍경이 흔들린다.

빗방울의 점프에 구름이 흔들린다.

 

어딘가에선,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웨이트리스가 있을 것 같고

파도에 흔들리는 어부의 등허리가 있을 것 같고

첫사랑에 흔들리는 성가대소년의 눈망울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흔들림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진다.

 

무너지기 위함이 아닌 바로 서기 위한 흔들림.

혹은 나아가기 위한 흔들림.

 

그러니 오늘 있었던 일로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그냥

가만히 바라보면 좋을 일이다.

 

억지로 붙들어 매려 하지 말고

패배자처럼 굴지 말고

 

빈 배로 돌아오는 어부의 배도 흔들리고

실수로 얼이 빠지도록 혼이 난 신입 웨이트리스의 머리카락도

저녁 바람에 흔들리고

고백하지 못해 평생 후회하며 성장할

성가대 소년의 목소리도

흔들림 속에 아름다울 것이다.

 

흔들림은

또 다른 흔들림의 에너지를 만들고

 

갈대밭과도 같은 이 일련의 흔들림으로

오늘 지구 위 하루가 또

허리를 굽히고 허리를 세우고,

 

때로는 그만 흔들리기 위해

때로는 더 심하게 흔들리기 위해

내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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