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고 작고 찌부러진 만화가게:
동네 마지막 남은 아주 늙고 작고 찌부러진
만화책 대여점 겸 비디오가게에 가면
늙고 큼지막한 갈색 개 한 마리가 느릿느릿 일어나
선명하지 않은 눈으로 킁킁대며 다가와
내 무릎 앞에 서서 쓰다듬어주길 기다린다.
이 늙고 작고 찌부러진 만화책 대여점 겸 비디오가게의 주인이자
이 늙고 큼지막한 갈색개의 주인이기도 한 할머니는 나이도 많으시고
옛날분이신지라 개를 매일 목욕시키거나 옷을 입히진 않는다.
그래서 늙은 개는 늙은 개 특유의 진한 개냄새가 나기 마련이라
만지고 나면 손에 개 냄새가 짙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손에 개 냄새를 묻힌 채 동네 파스타 가게에 가서
물티슈로 대충 닦고 빵과 파스타를 먹어야 하는데
물티슈로 한 번 닦은 정도로는 냄새가 채 다 빠지지 않는 것이다.
개는 그러한 나의 사정을 알지 못하므로-
선명하지 않은 눈으로 느릿느릿 킁킁대며 다가와
내 무릎 앞에 서서 쓰다듬어주길 기다린다.
그러면 할 수 없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개를 한참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손에 진한 개냄새를 묻힌 채 동네 파스타가게에 가서
봉골레 하나와 산미구엘 드레프트 하나
그리고 물수건 하나를 꼭 빼놓지 말고 달라고
주문한다.
오늘은 진격의 거인 14권을 빌렸다.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