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의 쾌락:
시간이 지날수록 취향은 좁고 깊어진다.
남들이 좋다는 건 다 찔러보던 때를 지나 자신의 취향이 점차 분명해지고
바쁜 일상의 노예들에게 언제 던져질지 모를
소뼉다귀 처럼 귀한 여가 시간은 허투루 낭비될 수 없으니까.
음악. 소설. 책. 예능. 영화.
심지어 여행의 스타일마저도 하나의 취향으로 고착화 되어간다.
그러면서 점차 내 취향과 다른 회식장소, 먹거리, 여행, 만남, 여가가
강요될 때 불쾌감을 느낀다.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움과 존경심을 느끼고
허접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볼 때 ‘쩌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볼 때 사람들의 이러한 폐쇄성은 일종의 쾌락이다.
‘나만의…’로 시작되는 좁고 깊은 쾌락의 깊은 구멍.
언젠가 때가 되어
우물의 300년 묵은 깊고 진한 쾌감에서 벗어나
이건 이래서 좋구나
저건 저래서 좋구나의 맛을 알게 된다면
그렇게 어느날
찐따개구리에서 용수염 난 개구리가 된다면
그건 어쩌면 그 자체로
수천 만 달러의 로켓으로도 건너갈 수 없는
새로운 우주일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이 좁고 깊은 우물이여
이제 그만 웜홀이 되어 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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