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어린이날 밤 나는 킹스맨이었다.

두려울 것 없는 잘난 스파이.

그러나 이번에 내가 들쑤신 상대는 인간이 아닌 악마였고

나는 죽을 것이 당연한 몸이었다.

내가 친구와 동료의 죽음을 대가로 힘들게 도망친 곳은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던

다 쓰러져가는 회현동 고향집이었다.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던 공장촌 공장집 재단판 아래

거대한 섬유 봉다리들 사이 내자리였다.

악마는 근처까지 왔으나 이곳에서 내 냄새를 찾지 못했고

내가 스파이답지 않게 흐느낄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곳에 있었으나

어머니에게 들켜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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