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16(초판32)


 


 


 


 


 


 


 이해할 수 없겠지. 예전부터 난, 누군가가 도마에 칼질을 하는 걸 보면 무서웠어. 그게 언니라 해도, 아니, 엄마라 해도.


 


 


 


 아버지는 녀석을 나무에 매달아 불에 그슬리면서 두들겨패지 않을 거라고 했어. 달리다 죽은 개가 더 부드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대.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고, 아버지는 달리기 시작해. 개도 함께 달려. 동네를 두 바퀴, 세 바퀴, 같은 길로 돌아. 나는 꼼짝 않고 문간에 서서 점점 지쳐가는, 헐떡이며 눈을 희번덕이는 흰둥이를 보고 있어. 번쩍이는 녀석의 눈과 마주칠 때마다 난 더욱 눈을 부릅 떠.


 나쁜 놈의 개, 나를 물어?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넓은 창으로 모래알처럼 끊임없이 부서져내리고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


 


 


 


 특히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그의 침묵은 고무처럼 질기고, 바위처럼 무거웠다.


 


 


 


 맞은편에는 후락한 철조 가건물들이 서 있었고, 차량이 다니지 않는 가장자리의 침목들 사이로 손질 안된 풀들이 웃자라 있었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몸짓은 흡사 사람에서 벗어나오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적 - 엘모어 레너드  (0) 2016.07.09
로드 독스 - 엘모어 레너드  (0) 2016.07.09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6년 6월  (0) 2016.06.15
죽이는 책 - 존 코널리, 디클런 버크  (0) 2016.06.13
세월의 돌 - 전민희  (0) 2016.06.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