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 60, MONOCLE
스택은 독자가 특정 기간에 해당하는 구독료를 내면 스택이 무작위로 선정한 잡지를 한 달에 한 권 우푠으로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인데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잡지 구독에 도입했나요?
스택(www.stackmagazines.com)의 정기 구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발견한 것이 있는데요, 그들은 잡지의 퀄리티보다 ‘놀라움’이라는 경험을 더 원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요즘은 하향 평준화(dumbing-down)의 경향이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최대한 단순화하죠. 브렉시트나 미국 대선 같은 정치적 이슈들을
둘러싼 현상만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지성에 대해 갖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아요. 긴 글과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고, 도전적인 디자인을 감상하고, 그런 것을 자신읭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말이죠.
1년치 정기 구독을 하려면 할인된 금액이 아니라 1년치 잡지 정가에 프리미엄을 붙인 금액을 지불해야 하죠.
독자가 영국에 있든 아시아에 있는 정기 구독 가격이 동일하다는 점도 놀랍죠. 국제적인 비즈니스맨이라는 <모노클> 독자의 캐릭터를 떠올려보면 이달에는 대만에서 일하다가도 다음 달에는 런던에서
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주소지를 옮긴다 해도 같은 가격에 받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미친 아이디어라 생각했죠. (웃음)
2004~2005년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인쇄 매체보다 인터넷에 소비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죠. 아마 처음으로 인터넷이 인쇄 매체를 역전한 해였을 겁니다. 당시 고전적인 종이 매체의 경영 컨설턴트가
해주는 조언이라고는 페이지 수를 줄이고, 직원을 감원하며, 종이 두께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얘기뿐이었어요.
한국의 잡지는 너무 작은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두 ‘수입업’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치 초창기의 백화점처럼 외국에 있는 정보를 잔뜩 가져다 ‘신문물을 보세요, 아름다운 건 이런 거예요’
하고 소리 높이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잡지 업계의 현실이다. 수출을 실험하는 이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왜 파리 패션위크 소식을 가져다 서울의 고작 몇만 명에게 알리는 경쟁은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우리 정보를 아시아의 수억 인구에게 던지는 건 관심이 없을까?
‘아날로그적’ 플랫폼이 생존하는 방법 중 지금까지 검증된 건 하나뿐이다. 사치품화다. LP와 기계식 시계, 만년필, 고서 시장 성공의 공통점 역시 <모노클>의 성공 비결과 같다. 물리적 규모는 작지만 1인당
매출은 높고 충성스럽기까지 한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 모노클은 뉴스라는 콘텐츠를 패션화한 동시에 종지 잡지라는 플랫폼을 사치품화했다.
저는 좋은 잡지란 좋은 도피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나름대로 사용할 자금을 갖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필요도 없으며, 시장조사 같은 것을 하지도 믿지도 않기 때문이겠죠.
아까 이야기한 효율성이라는 테마로 다시 돌아가면, 많은 회사가 쉽게 일하는 방법만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베고, 종이를 사고, 잡지를 만드는 것이 너무 복잡하니 디지털로 모두 보내자는 식이죠.
사람들은 모든 것을 능률을 앞세워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게 되죠. 예를 들면 비디오를 보는 유일한 방법은 넷플릭스,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페이스북, 쇼핑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존… 이런 식으로요.
세상은 그보다 다차원적입니다. 투자자와 오너의 열망은 비즈니스를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지만, 우리는 인생이 그렇게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제 관점은 항상 같습니다. 좋은 저널리스트는 좋은 세일즈맨이라는 거죠. 당신의 이야기를 팔 줄 모른다는 건 마치 사진가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팔 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이 아무리 훌륭해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할 수 없고, 사람들을 찾아가고 전화를 하면서 그들이 왜 당신의 작업을 봐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예요. 우리는 뭐든 팔 수 있어야 합니다. 잡지의 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광고입니다. 표지는 당신의 브랜드를 파는 거예요. 많은 신문사와 잡지사가 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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