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었을 때 풍경
꼭 몸이 젖어있을 때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젖어있는 풍경이 아니라, 젖었을 때 보이는 풍경.
심지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인데도
물에 젖기 전과 젖은 후 풍경이 전환한다.
야외풀에 한번 들어갔다 나올 때 보이는 풍경도 그렇고
샤워할 때마다 벽을 뚫고 들어가 비춰지는 풍경도 그렇다.
어쩌면 그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다른 나로 교체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가 하루 중 젖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와
누군가가 그리울 때의 느낌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