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속도의 관성이랄까 그런 게 생겨버려서

눈 내리는 창가에서 맘 먹고 눈 좀 보자 싶어도

차 한 잔 마실 정도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눈 내리는 걸 보고 있는 동안에도 마음이 물가에 나온 생선처럼 조바심 친다.

오늘이 평일이라 그렇거나, 여기가 회사라서 그렇거나.

아니면 지난 몇 달의 관성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거나

작은 속도에서 비롯된 관성은 벗어나기 쉽다

작은 속도를 만들기 위해선 가속과 관성의 시간도 짧으니까.

반면 큰 속도까지 진행되어버린 관성은 벗어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한편으론 다시 이 속도까지 끌어올릴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차라리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게 경제적인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한 편으론, 생활의 관성이란 게 있어서

그날의 생활을 돌보고 계획하고 지켜나가는 것에 너무 몰입되어

역시 마찬가지로 눈 내리는 걸 감상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마시는 차 한잔은 아무 맛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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