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애초에 카톡을 보내놓지 않으면 그것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답장이 없는지, 답장이 왜 바로 없는지, 언제까지 없을지.

젖은 흙을 헤집듯 핸드폰을 수시로 뒤석거릴 일도 없다.

괜한 일을 만들어놓고 일에 끌려 밭을 가는 꼴이다.

딱히 기대하는 수확도, 키우고자 하는 명확한 작물도 계획되지 않았는데,

막상 답장이 오면 딱히 그것이 크게 기쁘지도 않다.

뻔한 밥상, 식상한 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문을 열 듯 카톡을 보내곤 한다.

먹지 않고 넣어둔 남은 반찬들이 언젠가 맛있어질 것처럼?

아니 그런 것도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허기는 지고 밥은 먹어야 하니까.

카톡을 열고 미적지근한 나물을 꺼낸다.

끼니를 때운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았던 그때를 떠올릴 때  (0) 2020.03.23
행복의 합의  (0) 2020.03.10
청소의 즐괴로움  (0) 2020.03.10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20년 3월  (0) 2020.03.10
효소필터  (0) 2020.03.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