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필터
안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더 정확히는 잠을 설치고 중간중간 부스러기 같은 꿈을 꾸었다.
망쳐버린 계란 프라이 같은 밤이었다.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다.
모레부터 시작될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경쟁 피티.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데 여전히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 순간부터 그릇이 되려고 해온 것 같다.
나는 이런 존재고 이런 사이즈야. 하는 자기 증명.
나아가기 위해 압박은 당연한 것, 노 페인 노 게인.
이제는 지칠 때도 된 건가 싶다가도 이제 시작인데 뭘 지쳐 싶다가도
이렇게 잠을 설친 날이면 다 덧없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그리 멋지고 큰 그릇 같은 거 안 되도 좋지 않는가 싶다.
맑은 물에 담긴 효소필터 정도면 어떨까.
뭔가를 꼭 내가 지니거나 소유하거나 품을 필요 없고
어디서건 그저 내 일만 하면 되지 않나.
남의 그릇 혹은 남의 바다에 가서 필터가 되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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