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2018(초판 14쇄)

 

 

 

몇 번째 봄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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