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허지원, 홍익출판사, 2018(초판 2쇄/전자책)
높은 자존감이란 ‘착한 지도교수’나 ‘부모의 손이 필요 없는 아이’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허상입니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화는 표출할수록 더욱 커집니다.
‘발끈’의 동의어는 ‘낮은 자존감’인 것입니다.
그중 특별히 ‘깨어 있으면서도 아무 일 없이 쉬고 있음’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DMN’라고 합니다.
“모든 면에서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과 연애 혹은 결혼하고 싶은가요? 즉, 당신은 평생 당신 같은 사람과 즐거이 지낼 수 있나요?”
보통 직장에서 후배나 동료가 미운 경우는 나와 일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고, 가정에서 자녀가 몹시 미운 경우는 대부분 자신과 너무 닮아서일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것이 미성숙한 부모들이 자녀를 혹독하게 비난하는 이유입니다.
사람의 뇌는 본래 ‘잘되면 내 덕, 못 되면 남의 탓’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세상은(사실 그 사건 자체로는 어떤 의도성도 없으나) 나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작용하는 일들이 별안간, 꽤나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에, 내가 나 자신을 좋게 보아줘야 그나마 내 흥에 겨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자기본위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탓하며 억울감을 호소하면 실제적인 문제해결에 효과는 없을지라도 남들이 보기엔 꽤 그럴듯해 보이고, 가끔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기도 합니다. 소득이 있기에 결국 이 고질적이고 드라마틱한 대처법을 버리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나쁜 나’가 아닌 ‘불쌍한 나’를 설정하는 이유는, 아무튼 살아보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비난이라도 해야 통제감 상실, 불안정감, 불안감, 열패감으로부터 자신의 주의를 돌릴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지지를 요구하며 하소연을 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야기는 불행감과 억울감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런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점점 더 피해자 역할, 을의 위치를 공고히 합니다.
원가족만 아니면 자신이 지금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자기 앞에 놓인 상황이 불공평하다거나 하는 당신 자신만의 생각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생각이 얼마나 쓸모없는 인지적 자원의 낭비인지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제부터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그리고 바꿀 필요가 있는 것과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을 이성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냈을 때 경험하는 카타르시스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 그러니 카타르시스 효과를 강조하며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무작정 마음속의 불순한 감정을 실컷 폭발시키라고 말하는 사이비 치료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자료로 보기 어렵습니다.
삶에 뭔가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 요소라기보다는 상처 입고 고단했던 자기애가 남긴 하나의 증상 같은 것입니다.
분명히 우울은 뇌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러나 그 흔적은 언젠가는 어떻게든 옅어집니다.
최근의 치료 트렌드로는 ‘우울에 맞서 당당히 싸우겠다’는 아니며, ‘어, 왔어?’가 꽤 괜찮은 답입니다.
우울을 환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 쓸데없는 정신승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울은 환영할 만한 존재가 못 되며 가능하다면 겪지 않으면 더 좋을 일입니다. 그러나 그 우울에게, ‘내가 너를 인지하고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일이나 사랑의 실패 혹은 내 의지와는 관련 없는 타고난 기질적 특성으로, 우울은 찾아옵니다.
그럴 때, ‘어, 왔어?’하는 수용과 승인은 나를 우울의 피해자가 아닌 우울을 맞아들이는 주체적인 집주인 모드로 준비시킵니다.
우울을 맞아들이면서 당신은 다음의 두 가지를 함께 궁리해야 합니다.
- - 우울의 원인을 탐색하기
- - 나의 기분을 좋게 할 것을 찾기
성공할 때는 아이처럼 굴어도 좋지만, 실패할 때만큼은 더 세련되고 우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애나 동거, 결혼을 결심할 때 당신은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외로울 때 동반을 결심하게 되면, 괴상한 역동이 생겨 병리적인 관계를 시작하게 됩니다.
당신 인생의 반을 사람으로 채우려 하지 마세요.
그게 누구든 말입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존감이 높아서 사회적 지지를 받게 되는 경우는 있어도 사회적 지지를 받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패턴은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 대해 수치심, 열등감, 적대감, 때로는 살의까지도 느끼겠지만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치밀 때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내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까지 의미 있는 사람인지 변별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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