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AX, 이사카 고타로, 알에이치코리아, 2018(전자책 발행)

 

 

 

 집사람이 내뱉는 한숨이 쌓여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지.

 

 

 호랑이 꼬리 못지않은 아내의 꼬리는 집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고 있고, 게다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 밟을지 모른다.

 

 

 풍뎅이 앞에 앉아 있는, 하얀 옷을 걸치고 둥근 안경을 쓴 남자가 말했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밋밋한 표정이라, 이 의사 자체가 스캔이나 뢴트겐 기능을 갖춘 의료 기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진다. 

 

 

 왜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나는 이 가정을 유지하려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떠오를 때가 풍뎅이에게도 있다.

 

 

 “감정은 상쇄되는 게 아니에요.”

 “무슨 말이죠?”

 “좋은 일도 있으니까 불만을 상쇄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면, 그게 아니란 거죠. 플러스마이너스로 계산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나 할까요.”

 

 

 할 때 하고 할 수 있을 때 한다는 철칙이 틀림없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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