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 정도의 공백

 

 

 

초를 켜고

고추에서 떨어진

털들을 주워 하나씩 태운다

다섯 개째 곱슬곱슬하던 털이

검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우주 저편 어딘가

지구인의 음모(毛)를 기다리는

연약한 외계인이 있을지도

 

시를 쓸 때마다 마시라고

어느 교수가 준 술을 마신다

대체 왜 시를 쓸 때

술을 마실 거라고

생각하는지

 

팬티만 입고 밥을 먹을 때

니 발이 왜 그러냐고

아버지가 물었다

긁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조심해야지 큰일 난다고 하셨다

아버지 다리에는

월남 해파리에 쏘여서 생긴

정맥경환가

그런게 있다

 

초가 질질거린 후에 작아진다

술이 뜨끈뜨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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