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 우후~ 네이버에 이름을 치니까 몇 개 나오네...

 

 

 

 

 

 

 

오늘이 아름다운 이유가 

 

                      김원국




  컴퓨터 스피커는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무표정한데, 나는 잠깐 저 들에, 저 먼들에, 눈 쌓인 땅바닥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입김이 스카프처럼 떨어진다 모니터 왼편에는 언제나 그늘이 져 눈이 녹지 않고 종이컵이 몇 겹으로 자란다 누군가 내게 물을 채워주지 않을까 적당히 43도 정도 되는 다정하고 푸른 물을 


  빗맞은 로또 영수증이 서너 장 벽에 붙어있고, 파란색 글씨로 영화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혀있다 검은색 안경 케이스는 떡 하니 벌어져서 빈 담배곽이 들어가 있고, 빈 담배곽에는 애기들 신발 담뱃재 몇 톨 떨어져 있다 질샌더 미니어쳐 향수가 비틀린 모양새로 뉴욕을 생각하고 전원 차단된 스캐너는 가만히 엎드려 동력을 기다린다

  플러놓은 전자 손목시계는 여전히 한밤중에 알람을 1분 동안 울리고, 다시 내일의 1분을 기다린다 모자도, 양말도, 신발도 다 조용하다 몇 번씩 다시 First Noel을 듣고 눈이 오길 기다린다 선인장은 자라지도 죽지도 않는다 맞은 편 건물에 불이 모두 꺼졌다 물먹은 둥지처럼 도시는 겹겹이 어두워지고, 바람 따라 가도등만 졸졸거린다 가을은 똥만 싸고 지나쳤을 뿐, 털만 몇 번 스치고 달아났을 뿐, 허겁지겁 살다가도 가끔 심장의 고동소리, 떠나가는 어부의 배를 기대한다 뺨 맞는 바다 철썩이는 흰 손, 볼이 빨간 갈매기들, 오늘이 아름다운 이유가 가느다랗게 침을 뱉는다.

2004년 「 시안 」등단
2004년 「 현대시학 」12월호

 


【메모】
예사로울 것 없는 숱한 오늘들, 그렇게 무덤덤하다가도 문득 심장 고동소리가 잡힐 때가 있습니다. 내 안에서 나는 소리지만 낯설은, 살아있구나라는 극적인 안도같은.
함께 실린, 김원국 시인의 산문 마무리 부분을 함께 옮겨 봅니다.
「 나는 어떠한 시인이 될 것인가, 모르겠다. 묻지 마라, 어느 날인가 만화책에서 <꽃은 사는 법을 헤매지 않는다>는 말을 천재 복싱선수에게서 들었다. 그 후로 꽃이 되기 위해 이런 저런 그런 일들을 했다. 하지만 결국 꽃을 흉내낼 수 있는 건 꽃 밖에는 없다. 내가 정말 시인이라면 나를 흉내내면 될 것이다. 」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극장 앞에서  (0) 2005.06.13
중력의 아름다움  (0) 2005.06.09
  (0) 2005.06.06
8일 째 아침  (0) 2005.06.06
산소호흡기가 참 이쁘네요  (0) 2005.06.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