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 앞에서
해가 지면
신음이 바람소리를 따른다
군데군데 떠오르는 바늘 자국들
반짝반짝 주사되는 위성과
똑 똑 떨어지는 길 잃은 수성
온통 멍자욱에 뒤덮인
낮 동안은 눈부셨던 하늘
사람들은 하나 둘
지구 위에 실밥처럼 누워
상처와 상처 사이에서 팽팽하게
당겨지고 저마다의 요오드액이 마를 무렵
올올이 일어난다
서울 극장에서 여자를 기다리는 동안
천천히 수술실 조명이 꺼지고
낮동안 격렬했던
수술의 흔적이 되었음을
팽팽하게 당겨지는
슬픔으로 알았다
저주 같은 사랑도
코미디 같은 사랑도
트렌디 드라마 같은 사랑도
겪고 나면 다 견딜만 하다던데
어느 주사를 맞고 누워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항생제와 안정제와 영양제를 싣고
환자를 찾아 돌고도는 행성들
별을 보고 글썽이는 자들은
모두
지구 표면에 덮인
파도소리를 따르는 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