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꼬마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서야 바람이 분다는 것을 알았다 한 때는 이 바람이 나무 이파리 떨굴 때나 쓰는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한 때는 바람의 성기를 만지고 싶어 손을 내밀기도 하였다
파란색 나일론천으로 만든 우유주머니 앞에서, 남의 집 문앞에서 한참을 흔들리다 날아가는 아이
어제 저녁에는 뱅글뱅글 돌아 호랑이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았다 그것은 왜 내게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늘 높이 올라간 것들은 하늘이 되는 걸까 뱅글뱅글 어지러운 껌종이가 되는걸까
꼬마는 바람의 꼬추를 잡고 한 손으로 우유를 마셨다 골목을 돌아 사라진 저 아이가 어느 순간 청년이 된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옛 수첩에 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