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를 내가 퍼오는 이 코소보틱한 사태... )

 

 

 

서쪽의 별

 

                                         김원국

 

 

 

종합보험 독촉장이 날아왔다

어디서 무얼 타고 온 것일까

이것이 날아오기 전, 그곳은

평생 안전이 보장된 곳이겠지

안전하게, 근심 따위 없이

죽을 때까지 삼만구천 오백 원을

매달 내기만 한다면

그런데 두달이 밀렸다

건널목에 삐죽 어깨를 세우고 걷는 사람들

서슴없이 어깨를 부딧고 웃음 짓는 얼굴은

얼마만큼의 보험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보험 없는 도시인들은 차라리

시인이나 되라지

보험이 멈춘 두 달 동안 겨우

나는 시인이었고 삶이 위험하였다

빨간 신호등아래 기생하는

앵벌이 할머니가 십자가럼 빛나는

후레쉬껌을 들이민다

잔뜩 껌을 씹는 하늘에는

보험 연체된 별들이 알알이 씹히고

잔뜩 밀린 별들은 서쪽 하늘로 이주하였다

어수선한 별빛을 맞으며 꺼내든 독촉장에는

좋은 말씀이 한 가득 묵직하다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실에는

물소가 한 마리씩 들어 있을 것 같다

꾸역꾸역 휘발유를 삼키며

자동차를 끄는 물소들에세 손을 흔들어

보험 없는 나를 들이받으라고

보험 없이 죽어 틀림없이

나는 아름다운 별이 될 테니

부웅 근심걱정 많은

서쪽의 목성이 될 테니

 

 

 

 


결핍 09:22:49 의견 (1) 트랙백 (0)
(0)

트랙백 주소 : http://blog.daum.net/gkatjr/tb/987417


  • 다운 2004.09.05 11:18:26

    잔뜩 껌을 씹는 하늘에는

    보험 연체된 별들이 알알이 씹히고

    잔뜩 밀린 별들은 서쪽 하늘로 이주하였다


    와~
    정말 시인의 상상력이 훌륭하네요~

    오늘의 기쁨으로
    종일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네요

    즐거운 휴일 되세요~ ^^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에서 날아온 초대장  (0) 2005.06.21
바람 맞은 레이서  (0) 2005.06.20
살아있다, 할부금처럼  (0) 2005.06.15
동태  (0) 2005.06.15
  (0) 2005.06.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