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날아온 초대장

 

 

 

시간이 나면 별을 본다

서울대학병원 찾아 간다

그 길은 꽃과 과일 그리고 바구니의 길

손마디 엮어 물 한 모금 떠마신다

생명이 타들어가는 병원 응급실

때로는 어쩔 줄 모르는 환자의 아픔이

폭죽처럼 튀고, 뒤쫓아 들어오는

가족들의 아우성이 유성이 된다

여름이면 식중독에 걸린 별빛들이

토사물 범벅으로 실려 들어오고

겨울이면 늙어 쓰러진 별들과

술과 까스에 중독 된 자손들이

침착하게 간호사의 팔을 붙든다

불 꺼진 밤에야 겨우 보이는 나의 통증

죽어가는 별들의 손금 같은 불씨

그리고 오래된 대나무창 타는 냄새

아득한 저번 生

싸움 멈추고 남한산성 식어갈 때

처음 만났던 나의 어머니

도자기 같은 머리로 복도에 기대서서

그때처럼 손 흔드는 나만의 별

어머니 이 땅에 오시기 전 그곳은

꿈 많던 우주였으니

가슴 속에 반짝이는 암세포들은

어서오시라 독촉하는

우주에서 날아온 초대장

 

 

 

 

 

 

 

 

 

 

 

 

 

* 대학 때 썼던 시. 당시 나는 춘천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보고싶으면 춘천성심병원 응급실에 가서 새벽 3-4시까지 환자들을 구경했다. 아픈 사람들은 다 어머니 같았다고 할까. 응급실의 주된 손님은 노인이고 그 다음이 어린이다. 어린이는 주로 부모품에 안겨 오고, 노인들은 자기가 지팡이 짚고 보험카드 챙겨서 새벽 긴 걸음을 홀로 걸어오고는 했다.

 

당시, 어머니는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며 집에 계셨기 때문에, 대학 다니면서 서울대학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간 적은 없다. 사실 그때까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가본적도 없지. 그러니까 이건.. 꽤 뻥인 셈인데... 어느 응급실이건 다 서울대응급실 같고 어느 환자건 다 내 어머니 같았다는 걸로 변명이 될까,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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