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으로부터의 소리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맥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 2천원이 되지 않는구나 하며 좋아라 하였습니다만은 옷을 갈아입는데 복도에서 신음소리 들려옵니다 아, 아, 아, 아, 이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을 꼭 닫아걸었습니다만 마음의 창은 열려있습니다 담배 한 가치로 문을 열고 나가 옆방으로부터의 소리를 듣습니다 아, 아, 옵빠, 옵빠, 나 무서워, 아옵, 내 속이 타들어 갑니다 어지럽습니다 오늘따라 달은 혹성처럼 보였습니다 달과 여자는 흐느낀다고 하는데요 그 한편에서 찰박거리는 나는 물가를 빼앗긴 해변의 모습입니다 물소리 들리고 남, 녀는 샤워를 하는데요 그 소리는 그 소리는 그 소리는 발자국 마저 빼앗겨 버린 내 사랑을 불 날새라 비벼끄는 소리입니다
* 대학 때 쓴 시.
*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맥주랑 과자를 사들고 집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그래, 이정도면 행복이지, 하고 만족하고 있었는데 옆 방에서 섹스를 하고 있었던 거다. 처음에는 포르노라도 틀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진짜 real이었다. 그 순간,
내 행복은 조잡스럽고 허위적이었고 정말 초라한 행복이었다.
질투가 불끈! 문짝을 두들겨서 흥을 깨주려고 했는데, 정작 복도로 나가서는
담배만 물고 가만히 그 소리를 듣다가 샤워하는 소리까지 다 듣고서 들어왔다.
내 후배는,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제일 나다운 시라고 말을 했고, 나도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언제나 중요한 것들, 여자, 돈, 명성, 미래는 내 방에 없고 옆방에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적대적이거나 열정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