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다가 발견한 시인데

                                     몹시 엑설런트 한 느낌을 받았다.

 

 

 

 

 

상인

 

 

                              들개

 

 

하늘의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하늘의 별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장부엔 매상이 있어야 한다.

메뚜기 이마에 앉아서라도

전은 펴야 한다.

강물이라도 잡히고 달 빛이라도

베어 팔아야 한다.

일이 없으면 별이라도 세고

구구단이라도 외워야 한다.

손톱 끝에 자라나는 황금의 톱날을

무료히 썰어 내고

앉았다면 옷을 벗어야 한다.

옷을 벗고 힘이라도 팔아야 한다.

힘을 팔지 못하면 혼이라도 팔아야 한다.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해야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 문에다

묘지라고 써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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