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계절 청춘>, 다자이 오사무, 오에 겐자부로 외 지음, 소담출판사, 2005
- 일본의 전후문학 중, "청춘과 성"을 소재로 한 빼어난 단편들을 뽑아 싫은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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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심연이 이 현실세계 곳곳에 펼쳐져 침묵을 띠고 있고, 현실세계는 그 곳곳의 심연을 향해 깔때기 모양으로 경사져 있기 때문에 이 경사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식적으로 이 경사에서미끄러져 심연의 암흑인 침묵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현실속에서의 지옥을 체험하게 된다. (오에겐자부로, <후퇴청년연구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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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을 내 대학 동료들은 후퇴청년연구소라고 부르고 있다. 골슨 인터뷰 오피스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이 GIO를 그 누구도 정식 명칭 그대로 부르는 이가 없었다. 결국 미스터 골슨의 질문은 '왜 자네는 후퇴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났고 모두 왜 자신이 청년의 몸으로 후퇴 대상자가 되었는가, 에 대해 고백하러 왔기 때문이다. (오에겐자부로, <후퇴청년연구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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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안락한 조사실처럼 보였던 GIO에도 결국은 상처받아 찾아온 청년의 상처자리에 손가락을 쑤셔넣어 지방과 살 사이를 후벼파는 듯한 비정함이 감춰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에겐자부로, <후퇴청년연구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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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마음씨 좋은 웃음을 띤 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읍내까지 가는 것이라며 태워준다고 했다. 어머니는 매우 기뻐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내가 근무하는 가게에 오는 손님 중에도 그와 같은 남자가 몇 명 있었다. 방심할 수 없는, 돈을 쓰지 않고 즐기려고만 하는 남자 부류에 드는 사내임이 분명했다. (마루야마 켄지, <버스 정류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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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여자가 생각한 것처럼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잠자코 담배 연기를 뿜어 보여주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 보라색 연기가 몇 번 피어올랐다. (마루야마 켄지, <버스 정류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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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미 죽고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운 사람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나에게 용돈을 받을 때만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와 함께 다시 한 번 살아가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마루야마 켄지, <버스 정류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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