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인생의 친척>, 웅진 지식하우스, 2005(재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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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로 들려오는 활동가의 가두 연설은,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만으로 왜 사형당해야 하는가? 하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건 그의 말이 옳았다. 그런 일을 꾀하는 독재 정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도 단식 투쟁 활동에 참가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젊은 활동가들이 너무나 확신에 차서 이 말을 되풀이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하지만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이 아닌 다른 일로 사형당하는 것보다는 이치에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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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학창 시절부터 전공 분야로 읽어 온 미국 여류 작가의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아의 현실을, 전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바라보는 게 아니고 감상적인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건, 불쌍하고도 아름다운 바보,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강제 노동 캠프라든가 가스실 연기로 귀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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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류 작가는, 선의라는 것이, 그 작가가 쓴 말로 말하자면 tenderness라는 것이, 그 근원에서 멀어지게 되면 얼토당토 않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하고 있어.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선의적인 마음이 느껴진다고 해. 하지만 그 선의의 주인들 중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불쌍한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에 닿지 않도록 격리시키려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지. 그건 하나의 제도가 되기까지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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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장애아의 부모들은,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아이들의)그 순수성을 너무 강조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그건 아이들 책임이 아니고, 순전히 부모인 우리들한테 책임이 있어요. ... 우리에게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순수성에 매달려서 거기에 의존하고 있는 구석이 있잖아요?
순수성이란 너무 강조되면 그 정반대의 것이 된다고 오코너는 말하고 있어요. 원래부터도 우리는 순수성을 잃고 있는데 말예요. 예수의 속죄를 통해서, 한꺼번에는 아니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우리는 순수성으로 되돌아가는 거라고도 그 작가는 말하고 있죠. 그런 현실에서의 과정을 빼 버리고 안이하게 가짜 순수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곧 sentimentality라는 거죠. ...... 저는 무엇보다도 그게 싫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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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 씨는 가톨릭 신자입니까?"
"아뇨, 아니에요! 저는 자유롭게 죄를 즐기고 싶은걸요, 그리고 실제로 즐기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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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제가 무엇보다도 두려워한 것은 꿈을 꾸고 있는 동안 미쳐 버려서 더 이상은 정상 상태로 눈뜨는 일이 없을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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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가 화려한 만큼 피로도 뚜렷이 드러나는 얼굴에 묘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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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색깔이네요. 한 시대 전 용어로 말하자면 사이키델릭한데요."하며 말을 걸어왔다. "우리들이 새로운 색이라고 느끼는 색깔은 대개 멕시코나 남미 언저리에 있군요. 한 시대 전 정도가 아니라 고대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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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 아저씨가, 평소엔 없던 일로, 기독교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설교'를 했는데, '느낄 수 있는 일과 이해할 수 있는일'이라는 주제를 택했었지요. sensible과 intelligent가 되겠죠? 그분 말에 의하면, 이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일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처엄에 언어가 존재했고, 즉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존재했고, 그것이 세계의 사물이 되었다, 즉 느낄 수 있는 것이 되었다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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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전 '집회소'로 돌아가지만, 튜터 아저씨는 아무래도 믿음직스럽지가 못해요. 예수의 육화라는 걸, 암행어사의 마패처럼 내밀기만 하면, 이쪽이 엎드려 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전 실제로 마니교도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시대에 뒤떨어지지만, 실존주의자 일 수도 있잖아요?"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94년이다. 그런데 이때 이미, 실존주의자를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말하는 구절이 있다. 내가 등단 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4년이다. 이때 내 시를 평가한 심사위원들은 나를 '실존주의자'라고 말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내 자신이 그런 '...주의자'인 줄 생각도 못했는데, '..주의자'라고 불러주어서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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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아와레'(역자주: 일본 고전 문학에서의 가치 개념. 슬픔 등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아름다움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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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것저것 생각한 끝에, 앞으로 죽을 때까지 섹스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로 했습니다. 누구에 대해 맹세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또 제게는 확실한 존재로서의 하느님도 없지만, 여하튼 제 기분은 그랬습니다...... .
저는 술에도 담배에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끊으면 괴로울 것 같은 다른 것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어서 섹스를 끊기로 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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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일이었는지, 프리다는, 충돌의 충격으로 인해 나체가 되었다. 버스에 마주 앉은 승객이었던 가구 내장공이 안고 있던 금가루 주머니가 터져 프리다의 몸을 덮었기 때문에, 사고를 보러 달려온 사람들은, "La bailarina, la bailarina", 즉 발레리나, 발레리나, 하고 외쳤다. 전철 손잡이가 골반 높이에서 그녀의 몸을 관통해 그녀는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일생 동안, 왼쪽 배로 들어가 질을 꿰뚫고 나온 철 파이프에 의해 '처녀를 잃었다'고 말했다. 척추는 허리 부분에서 세 군대 부서졌고, 흉골과 세 번째와 네 번째 늑골도 부서졌다. 왼쪽 다리는 열 한 군데 골절됐고, 오른쪽 다리는 뼈가 퉁겨 나와 부서졌고, 왼쪽 어깨벼도 빠졌으며, 골반은 세 군데 부숴져 있었다.
(안전운전 공익광고용 소재로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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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 씨로서는, 농장의 인디오나 혼혈 여자들이, 슬픈 일을 만날 때마다 말한다고 하는 'Parientes de la vida'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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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가 영화 제목으로 제시했다는 'Parientes de la vida'라는 말을- 아시오가 스페인 어를 정확히 듣고 표기했다고 간주하고- 나는, '인생의 친척'이라고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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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의 저서에서 , 어떤 처지의 인간에게도 따라다니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인생의 친척' 으로서, 슬픔을 칭하고 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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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멕시코에 있었을 때는, 근무처가 대학이었던 탓으로, 알게 된 멕시코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곧잘 나오는, 축제를 좋아하고 밝은 성격에, 소악당 같은 구석도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선량한...... 하는 식의 성격과는 전혀 달랐다. 이미 쓴 바 있지만, 그들은 대개가 지적이고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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