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첼 커뮤니티 중,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내가 직접 만든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이 커뮤니티에는 특별히 <욕설연마게시판>이 있었다.

평소 욕을 듣거나 말하기가 낯선 이들을 위한 게시판으로

어쩌다 욕 한 번 해보려 하면, 본인이 듣기에도 쑥스러운 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당시 내 생각은

직접 상대방을 보고 욕을 하는 건 어렵더라도 글로 욕하는 건 쉽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렵다, 였다.

 

욕을 잘 못쓰는 사람은 용기나, 목소리 크기, 카리스마, 분노 이전에

능숙하게 활용할 줄을 모른다.

 

 

 

다음은 당시 게시되었던-  사실 당시 이 게시판에는 나 뿐이 욕을 남기지 않았다, 나처럼 보일 것이 창피해보였나보다 - 게시물들 중 몇 개이다.

 

 

 

1. 좆도

 

 

욕을 해 본 적이 너무 오래되어서 욕 할래도 씨발 좆같이 못하겠다.

수업 끝나고 빈 교실에 남아 있는데 비스무리한 여자애들 한 여 섯 마리 정도가

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썩은내 나던지 혼났다. 젠장, 머리 속에 욕 데이터가 없어.

욕 조차도 배워야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씨발 좆까고 좆까고 좆까는 소리냐.

아아 씨발

 

 

 

2. 개새끼

 

 

씨발 왜 나는 언제나 꿈만 꾸는 걸까 뭐 하나 이루지도 못하고. 사랑도 꿈만 꾸다 마는 걸까.

내 사랑이 떠날라고 그러는데, 왜 어쩔 도리가 없을까. 씨발 이 미친새끼야. 왜 아무것도 못해. 왜 아무 것도 못해. 개새끼. 얼어죽지도 못할 새끼. 맨날 기대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쓰레기처럼 돌아다니는 새끼. 나가 죽어! 얼굴에 똥 발라 튀길새끼. 재수 없는 자식. 난 너가 정말 싫다.너가 나라는게 싫다. 이 씨발놈아.

 

 

 

3. 존나리

 

 

다시금 인내심을 시험하는 존나리 더운 계절이 다가온다.

씨발. 인내심도 기르고 좋지라는 자기 위안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이 정도 견뎌야지 하는 사람. 나도 가끔은 그런 사람.

솔직히 남들보다 쪼까 더위 잘 견디고 헥헥거리는 사람 옆에서

쯪쯪쯪 혀끝차는 짓도 가끔한다.

 

밖에는 비가 온다. 비 맞기가 무섭다. 씨발. 어쩌다 이렇게 됐냐! 개새끼.

개시키.

 

수요일에는 고양이를 한 마리 주워와야겠다.

이름도 벌써 생각해 놨다. 내 고양이의 이름은 감자다. 감자.

아니면 고구마. 둘 중에 하나.

 

 

 

참고적으로 이 글들은 2002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것인데, 보시다시피 1년이 지나도 그리 발전한 바가 없다. 두 번째 글을 보면, 뭔가 사모하던 여인과의 사별을 앞두고서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때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심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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