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누군가에게 쓴 편지


 




스무살에 나도 춘천에 왔지요
저로서는 춘천이 해방구역이나 마찬가지였고
기차가 전복 되길 바란 적도 몇 번 있었지요
쵸컬릿을 항상 챙겨 다녔어요 왜냐하면
지붕이 무너지거나 차량이 떨어지거나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을 때
배고픔에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오래 지켜보다가 마지막에 죽으려고

가끔씩 우물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죠
저 둥그런 달 밑으로 떨어져 텀벙 거리는 물 속에 잠겨 있다고
내가 떨어져 나온 저 달 위의 세상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주기적으로 우물의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리면
어느새 저 문은 보다 멀리 멀리 떨어져 있죠

어떤 때는 저것이 거대한 총구처럼 보여서
땅! 내게 총을 쏘기를 기대하죠
죽은 내 시체 위로 달빛이 밧줄처럼 늘어져
내 다리 한쪽을 잡고 끌어 올리는 상상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나는 거꾸로
잡혀 올려가며 여기 어두 컴컴한 우물을 한 번 보고
안녕 중얼거리는 거죠 나의 시나리오는

땅!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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